'친구와 연인사이' 그 해묵은 주제에 대한 고찰... 잡담, 그리고 단상

'친구와 연인사이' 그 해묵은 주제에 대한 고찰...

제목을 써놓고 보니 꼭 무슨 석사학위 논문제목 같이 딱딱하다. 그래도 어쩌랴... 내 상상력이 거기까지인걸...
'친구와 연인사이'... 남녀관계에서 참으로 진부하고 해묵은 과제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 주제는 삼각관계에 버금갈 정도로 골치 아프며, 과거의 내 경험상으로도 봐도, 생각하기도 싫은 아픔을 간직한 얘깃거리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랑노래, 유행가의 모티브를 제공한 '친구와 연인사이'의 문제... 인간관계라는 것이, 그것도 더욱이 남녀관계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이 변화무쌍하게 펼쳐지기에, - 두 말 하면 아마 잔소리겠지만 - 칼로 무 자르듯이 딱 이건 뭐다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문제란 생각이 든다. 바람직한(?) - 하긴 연애에 무슨 바람직한 것이 있겠냐마는... 둘이 좋으면 그만 아닌가. 설사 사도-마조히즘의 경우에도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도덕적이라고 할 순 없다. 변태라고 할 수는 있어도 말이다. ㅎ  - 친구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하는 것이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친구와 연인 사이에는 어쩌면 넘을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징검다리 건너듯이 쉬울 수도 있겠지만...

대학 2학년 때 윤상 씨의 3집 음반 <Cliche>(클리셰: 진부한, 낡아빠진이란 뜻의 프랑스어)를 구입하여 한동안 즐겨 들었다.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꺼내어서 오디오로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다. 최근 다시 이 앨범이 재발매가 되었다고 하니,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분들은 이 기회에 음반을 직접 한 번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추천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평론가와 팬들로부터 명반이란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MP3 파일보다는 CD 앨범으로 감상하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단, 어둡고 슬픈 분위기의 노래를 싫어하는 분들에겐 비추이다.

글을 쓰다 보니 사족이 무척 길어졌다. 아무튼 윤상 씨의 3집 음반 <Cliche>(2000)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울함(멜랑꼴리함)과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처연한 정서라고 할 수 있다. 하긴 90년대 초반 데뷔한 그의 1집~2집의 히트곡이었던 <이별의 그늘>, <가려진 시간 사이로>를 떠올려보면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가슴 한 구석을 관통하는 차분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는 오늘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빗소리에 이 음반을 들으면 소주 한 잔에 지나간 버린 옛사랑도 생각이 날 법하고... 그 앨범 중에서 <나를 친구라고 부르는 너에게>(6번 트랙) 라는 제목의 곡은 해묵은 '친구와 연인 사이'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가사는 상대방은 나를 친구라고 편안하게 생각하지만, 난 그녀를 연인으로 느낀다는 것으로 요약이 된다. 하지만 그녀와 멀어지는 일이 두려워, 나는 친구라도 그녀 곁에 남고 싶지만, 마음 속에는 그녀가 나의 사랑을 알아 주었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슬픔, 여운이 진하게 배어있는 곡이다. - 그 심정은 겪어본 사람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렇게 글로 장황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 나 또한 젊은 20대 시절에 그러한 경험을 여러 번 겪었기에, 이 곡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비오는 날 왠 청승맞은 소리냐고 타박하셔도 상관없다. 내가 느끼는 것이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슬프다는 데 그래서 뭐 어쩌라구요. 당신이 뭐 보태준 것이라도 있수 ㅋ -

한 여자(혹은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그녀(혹은 그) 곁에 남고 싶어 친구라고 속이며 - 애써 마음을 감춘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 - 그 곁에 남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은 어찌보면 미련이요 집착이겠지만, 일단 사랑에 눈이 먼 사람에게는 이성이나 논리를 따질 만한 겨를도, 그러한 마음을 제어할 만한 여유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한 번 사랑에 빠지면 몰입하게 되는 적어도 내 경험상으로는... 위의 노래 가사처럼 어쩡쩡한 친구와 연인사이의 외줄타기 관계는 언젠가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겠지라는 아주 막연한, 혹은 실낱같은 희망과 기대, 그리고 그에 이은 깊은 절망이 되풀이된다. 결국은 본인이 지쳐 포기하거나 마음의 아픔과 상처를 남긴 채 쓸쓸히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그 후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고통...

실연이 으레 그러하듯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물면, 그러한 고통스런 기억도 서서히 잦아들고 아물겠지만, 아픔을 겪는 순간 만큼은 정말 지옥과도 같은 절망을 고스란히 느껴야만 한다. - 물론 세상에는 연애의 아픔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 처음의 설레임과 기쁨은 잠시이고, 절망과 괴로움, 그리고 고독은 앞서의 환희보다 몇 배는 더욱 강한 고통을 준다. - 그래서 어느 노래제목처럼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했던가 -

하지만 그러한 고통스러운 기억도, 실연의 아픔도 나중의 좋은 만남을 위한 준비과정과 성숙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전혀 의미가 없다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중 3 시절 즐겨들었던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1995)라는 곡도 생각난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은 사랑과 우정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심연과 거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러한 열병을 몇 차례 더 겪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의미한 감정 소모는 더 이상 하고 싶지는 않다. 쿨하게 되고 싶어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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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록 : 솔로 생활에 대한 반성

솔로의 생활이 본의 아니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여자를 만나서 약속잡고 데이트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을 빌자면 초식남에 나는 속한다. 긴 솔로의 생활동안 비록 생활은 자유로웠지만 내 안의 연애 세포는 모두 말라 죽지는 않았을까 하고 걱정이 슬며시 된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라는 제목의 책까지 시중에 나왔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난 독신주의자는 아니고,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있을지언정, 그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는 않은 상태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렇게 된 데에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수한 옷차림에 나 자신을 가꾸지도 않고 다녔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꼭 자아도취(나르시시즘)에 빠지자는 얘기는 물론 아니고, 최소한의 자존감이나 자기애가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여자의 심리에 대해서,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서 꽤 무지했고, 그래서 서툴렀고, 거기에 대해서 알려고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힘겨워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과정에서 상대방의 입장이나 심정에 대해서 제대로 살펴볼 겨를이나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

올해 서른이 된 시점에서 이젠 단순히 즐기는 연애가 아니라, 나중에 결혼까지 고려한 진지한 만남을 이루고 싶다. 나이가 더 들어 노총각이라는 딱지를 갖기 전에... 불꼬처럼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사랑이 아니라, 잔잔하게 오래갈 수 있는 만남, 혹은 그러한 인연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비하하거나, 열등감을 갖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여 그 틀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경험도 해보기 전에 단정적으로 이럴 것이다라고 섣불리 결론내리지도 않으며, 스스로를 가꾸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하고 발전해나가고 싶다.

나의 솔로 탈출은 이제 자의든 타의든간에 피할 수 없는 일종의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연애를 꼭 해야 한다'는 식으로 너무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는 말아야지... 사생활에 간섭받거나 구속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B형 남자 - 그렇다고 혈액형별 심리를 믿는 것은 아니다 - 인 내가 어떻게 이 과제를 실현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좋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서로의 가치관과 취향을 알아가면서, 서로를 존중해주고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상대방이 나를 맞춰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내가 조금 더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상대방에게 조금 더 나를 맞춰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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